새해를 향한 소망과 염원을 담아 시끌벅적하게 치러지던 보신각 타종 행사는 올해 침묵과 애도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허망한 마음으로 맞이한 을사년 새해,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분노와 슬픔을 삼켰을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서로의 마음을 끌어안고 위로할 수 있기를, 쓸쓸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5년은 을사년, 푸른 뱀의 해입니다. 뱀은 무섭고 징그럽다는 이유로 우리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동물이죠. 하지만 사실 뱀은 오랫동안 긍정적인 의미로 인식됐습니다. 긴 겨울잠을 자고 봄이 되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던 뱀은 옛사람들에게 불사의 존재로 여겨지곤 했고, 서구 의학과 신화에서는 뱀을 치료의 신으로 여기기도 했죠. 마치 푸른 뱀의 모습처럼, 우리 모두 깊은 잠에서 건강히 깨어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이 소망을 담아 이번 달편지에서는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술술 풀리기를 바라며 ‘만사형통’의 기운을 담은 영화 4편을 추천합니다.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달식구들의 모습도 함께 전해드리니, 달식구의 쫑파티와 신년 계획도 구경해보세요. 그럼, 새해 첫 달편지 시작해 보겠습니다!
POINT 1 올해는 만!사!형!통! 하세요🙏
만인의 연인 | 한인미 | 드라마
열여덟 유진의 불안한 성장기와 혼란한 연애담, <만인의 연인>. 만남과 이별 사이 낯설고 어려운 사랑의 굴레 속에서 유진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유진의 발걸음은 위태롭고도 서늘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끌어당깁니다. 그러나 그가 휘말리지 않고 뚜벅뚜벅 어둠을 헤쳐 나가는 동안 한 줌의 햇빛이 손 틈 사이로 드리우는지도 모르죠. 영화에서 아득한 단잠 같은 긴 시간을 느껴보세요..!
<사당동 더하기 33>은 <사당동 더하기 22>에서 보았던 사당동 가족의 33년 간 일생을 따라간 다큐멘터리입니다. 민족지 영화로 분류되기도 하는 영화는 기실 4대에 걸친 가족의 일대기를 다루지만, 외부자로서 카메라 뒤에 서서 가족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옆에, 함께, 그들 삶의 풍경에, 어쩌면 삶 속에 있습니다. 이들의 친밀성은 영화를 보는 감상자를 가족과 매개하여 형용하기 어려운, 어떤 영향을 감상자에게 미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이들의 생존 의지와 강인함에 경계가 없었다. 가난의 무게를 담을 수 없었다.
배우들로 이루어진 산악회인 ‘맘 산악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삼각형의 마음>은 매주 월요일 북한산을 오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꿈과 아픔을 들여다봅니다. 배우라는 화려한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내면의 외로움과 녹록지 않은 현실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산이 주는 위안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몸도 마음도 추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항상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북한산과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산을 오르는 이들을 보며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작품, <삼각형의 마음>을 추천해 드립니다.
동래댁 부부는 인생의 후반부를 편히 보내기 위해 밀양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어느 날, 고리에 생기는 핵발전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부부의 노후 계획은 틀어집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 저항하는 부부, 그리고 송전탑 설치를 밀어붙이는 한전과 정부. 희생을 강요하는 자본 앞에 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의 삶, -70>에서 확인해 보세요.
지난 12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달 식구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작은 송년회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모로 마음 쓸 일이 많았던 2024년을 지나고 다가오는 2025년에는 모두의 마음이 조금 더 치유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달식구들의 소망이 담긴 송년회 현장을 여러분께 전해 드립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송년회에서도 달 식구들끼리의 ‘비밀산타’를 진행했는데요! 마니또처럼 서로의 이름을 뽑아 서로의 선물을 몰래 준비하는 저희만의 연례 행사랍니다😊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관심 갖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며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안온한 일상을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송년회를 마무리해 보았는데요. 다가올 2025년에도 시네마 달의 영화들이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기쁨을 나누고 함께 눈물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달 식구 소식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나요!🙌